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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시수: 핀란드판 존 윅의 전쟁 액션 서사

by M씨 2025. 5. 19.

시수: 핀란드판 존 윅의 전쟁 액션 서사

제2차 세계대전 말, 핀란드의 외딴 벌판에서 시작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 영화 시수는 ‘끈기’와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핀란드의 단어에서 제목을 따와, 살아남기 위한 집요한 투쟁을 액션으로 풀어낸 강렬한 작품이다. 독특한 배경과 시각적 스타일, 그리고 마치 존 윅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액션은 관객에게 새로운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수(Sisu): 핀란드 정신을 담은 이름

‘시수(Sisu)’는 단어 자체가 이미 영화의 핵심 정서를 대변한다. 핀란드어로 ‘끈기, 인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주인공 아아타미 코르피(Aatami Korpi)의 성격을 완벽히 요약한다. 그는 전설적인 핀란드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이며, 더 이상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인물이다. 혼자 광산에서 금을 캐며 은둔하던 그는, 금덩이를 발견한 후 도시로 향하다가 후퇴 중인 나치 부대에게 습격당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액션 복수극으로 돌입한다. 코르피는 빼앗긴 금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배신하고 짓밟은 이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고요한 사막 같은 벌판을 무대로 잔혹하고도 치밀한 전투를 펼친다. 그는 총도, 칼도, 심지어 지뢰와 탱크까지 이용해 수십 명의 적을 상대하며,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마치 전쟁터 위의 무용처럼 리드미컬하고, 공포스럽다.

 

액션의 미학, 고전적 영웅서사의 부활

‘시수’는 단순한 전쟁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람보’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처럼, 한 남자의 고독한 투쟁과 그 속에 깃든 인간 정신을 다룬다. 감독 얄마리 헬렌더는 현실적이면서도 신화적인 분위기를 결합해, 주인공이 거의 초자연적인 생존 능력을 지닌 전사처럼 보이게 만든다.

특히 액션 연출은 단순한 폭력이나 자극에 그치지 않고, 일정한 미학을 품고 있다. 칼 한 자루로 적들을 꿰뚫는 장면, 지뢰밭에서 유려하게 도망치는 장면 등은 관객에게 박진감 넘치는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쾌감을 준다. 핀란드의 황량한 자연은 거대한 무대처럼 활용되며, 영화의 잔혹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출연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주연을 맡은 **요르마 토밀라(Jorma Tommila)**는 과묵하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코르피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의 실제 아들인 온니 톰밀라(Onni Tommila) 또한 조연으로 출연해 극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특히 요르마 토밀라는 대사가 거의 없지만,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그의 내면에 응축된 분노와 결연함을 섬세히 표현한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나치 장교 역할의 **아크셀 헨니(Aksel Hennie)**는 잔혹하면서도 비열한 면모를 잘 살려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이들은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닌, 각각의 목표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물들로 그려지며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평가와 반응: 독창성과 액션의 결합

영화 ‘시수’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핀란드 내에서는 물론, 북미와 유럽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비주류 액션 영화의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씨네21 기준으로 전문가 평점은 6.00점, 관객 평점은 8.50점을 기록해 액션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액션극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수’는 인간 정신의 끈질김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본능을 극한의 상황 속에서 보여준다. 이는 관객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그 어떤 영웅담보다도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맺음말: 끈질긴 생존의 전설

‘시수’는 단순한 오락용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의지, 그리고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을 담아낸 서사다. 핀란드라는 배경, 생소한 배우들, 그리고 말보다 행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출은 ‘시수’를 하나의 장르적 보석처럼 빛나게 만든다.

지금까지 수많은 액션 영웅들이 있었지만, ‘코르피’라는 이름은 그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뇌리에 오래 남을 것이다. 한 남자의 복수가 곧 한 민족의 정신을 대변하는 영화 ‘시수’, 당신이 진짜 강인함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