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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 믿음이라는 가면 뒤에서

by M씨 2025. 5. 9.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 믿음이라는 가면 뒤에서

웃음으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가벼운 외피 속에 숨어 있는 건, 믿음과 유산, 그리고 우리가 외면한 감정들에 대한 조용한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jUWCJwTuGAI?si=6MGjnDNzU5LNh7jF

거짓을 팔던 자, 진짜를 마주하다

천박사는 사람의 심리를 읽는 데 능합니다.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요. 그는 ‘퇴마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살지만, 귀신도, 퇴마도 믿지 않습니다. 쇼처럼 짜인 의식과 연출, 그리고 파트너 인배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꾸며진 그의 일상은 완벽하게 가짜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경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어설픈 사람도, 잘 속는 사람도 아닙니다. 절박한 사람이죠. 어린 여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도와달라고 간청합니다. 천박사는 습관처럼 일을 수락하지만, 그가 마주하게 되는 건 기존의 패턴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입니다. 오래되고 낯선 존재, 그리고 '설경'이라는 부적. 무엇보다, 그가 끝까지 외면해온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 평생 연기해온 역할이, 어느 순간 진짜가 되어 있다면?

살아 숨 쉬는 인물들

  • 천박사 (강동원)
    위트 있고 경계심 많으며, 어딘가 부서진 사람. 강동원은 천박사의 복잡한 내면을 부담 없이 담아내며, 이 캐릭터에 진심을 불어넣습니다.
  • 오유경 (이솜)
    담담하지만 절박한 여성. 그녀의 두려움은 과장되지 않지만 진하게 스며듭니다. 감정을 억누르며 버텨온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죠.
  • 인배 (이동휘)
    단순한 웃음 요소를 넘어,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 천박사와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만들어 냅니다.
  • 범천 (허준호)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지만, 한 번 등장하면 사라지지 않는 존재. 단순한 악역이 아닌, 그림자 같은 무게를 지닌 인물입니다.

🎭 과하지 않은 연기. 그 덕분에 비현실적인 장면들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소리 없이 침투하는 이야기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하지 않는 것들’에 있습니다. 과장된 연출 없이 서서히 스며드는 분위기. 장르가 주는 익숙한 코드 대신, 불편함과 묵직한 정서를 자연스럽게 끌어냅니다. 웃음이 있지만, 이야기의 일부로 존재하고, 공포가 있지만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샤머니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극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물려받았고, 또 무엇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천박사는 귀신과 싸우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 부정과 싸우고 있습니다.

🔦 믿음은 소란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거짓 사이의 침묵에서 진실이 드러납니다.

마무리: 진심이 묻어나는 초자연 이야기

이 영화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에게서 도망치던 사람이 더 이상 숨지 못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겉보기에 초자연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습니다.

🕯️ 괴물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가 외면한 진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