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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Havoc: 톰 하디가 달리는, 무너진 도시의 외로운 질주

by M씨 2025. 5. 10.

Havoc: 톰 하디가 달리는, 무너진 도시의 외로운 질주

넷플릭스 영화 Havoc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요즘 액션 영화라는 게, 빠르고 요란하긴 한데 보고 나면 기억에도 잘 안 남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조용한데 무겁고, 어두운데 집중하게 만드는 그 분위기. 괜히 긴장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https://youtu.be/Z5OdFYG_RBk?si=FE1DJcxrV1XNxPUa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줄거리만 보면 그리 특별할 건 없어 보여요. 실종된 정치인의 아들, 상처 많은 형사, 썩은 도시. 익숙한 조합이죠. 근데 이상하게, 이 영화는 그 전형적인 틀 속에서 전혀 뻔하지 않은 감정을 끌어내요.

워커 형사(톰 하디 분)는 단순한 ‘고독한 영웅’이 아니에요. 이 사람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겪어온 사람 같아요.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있는 느낌.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걸 왜 하고 있지? 이게 아직도 의미가 있나?"

 

액션이 ‘멋’보다 ‘현실’에 가까울 때

Havoc의 액션은 전혀 화려하지 않아요. 연출된 멋짐보다는 진짜 싸움이 이렇겠구나 싶은 거칠고 즉흥적인 동작들. 감각적인 편집 대신에, 실제로 맞고 쓰러지는 소리, 숨소리, 어색한 타이밍이 더 살아 있죠.

특히 부엌에서 벌어지는 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너무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보기 편한 장면은 아닌데, 오히려 그 리얼함이 더 깊이 와닿았어요. 누가 맞고 있는 장면이 ‘아프게’ 느껴진 적, 오랜만이었거든요.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걸 전하는 톰 하디

톰 하디는 이 영화에서 대사보다 침묵으로 말하는 배우예요. 눈빛 하나, 숨 한번 내쉬는 방식까지 다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뭔가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감정을 ‘겪게’ 해주는 연기.

영화 중반쯤, 벽에 기대서 잠깐 눈을 감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짧은 순간에 모든 게 담겨 있었어요. 얼마나 힘든 하루였는지, 어디까지 몰렸는지.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떤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시끄럽지 않은데, 오래 남는 영화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뭔가를 억지로 말하려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정의가 무엇인지", "부패한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들을 조용히 던져요. 답은 안 해줘요. 그건 각자가 찾아야 하는 몫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났을 땐 묘한 허전함이 남았어요. 그런데 그 여운이 하루종일 계속됐어요. 자꾸 생각나고, 가만히 앉아 다시 떠오르게 되는 그런 영화 있잖아요. Havoc은 그랬어요.

 

결론? 모두의 영화는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분명 특별했어요.

Havoc이 모든 사람 취향에 맞는 영화는 아닐 수 있어요. 빠른 전개나 통쾌한 결말을 기대하신다면, 좀 답답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 꽤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저는 이 투박하고 덜 다듬어진 분위기가 좋았어요. 너무 깔끔하게 짜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진짜 같았고요. 그리고 톰 하디. 역시 톰 하디는… 늘 사람 마음을 쥐고 흔들 줄 아는 배우예요.